[신찬영 교수·대표 시리즈 칼럼: 4편] 왜 좋은 타깃이 좋은 신약이 되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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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찬영 교수·대표 시리즈 칼럼: 4편] Discovery by Design: 한국 바이오의 성공 확률을 설계하다
- 왜 좋은 타깃이 좋은 신약이 되지 못하는가?
질환과 관련된 유전자가 확인되었다고 해서 어떤 방향으로 약물을 조절해야 하는지가 항상 명확한 것은 아니다. 평생에 걸친 미세한 유전적 변화와 성인에게 단기간 투여하는 약물의 효과도 동일하지 않다. 한 조직에서 유익한 효과가 다른 조직에서는 부작용을 만들 수도 있다. 따라서 인간 유전학은 단순한 가산점이 아니라 다음 질문에 답하는 자료로 사용해야 한다.
· 유전적 변화가 질환 위험을 증가시키는가, 감소시키는가?
· 기능상실변이(loss-of-function)와 기능획득변이(gain-of-function) 중 어느 방향이 치료 전략을 지지하는가?
· 유전적 효과와 약물의 작용 방향이 일치하는가?
· 관련 표현형이 잠재적 부작용을 예측하는가?
· 특정 환자군에서 효과가 더 클 가능성이 있는가?
인간에서의 증거를 찾는 목적은 타깃을 유명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정확한 개발 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Discovery by Design 타깃 검증 (Target Assessment)
Discovery by Design에서 타깃 검증은 논문 수나 동물 효능을 종합해 점수를 매기는 작업이 아니다. 타깃과 임상적 가치 사이에 존재하는 가정을 분해하고, 각각의 가정을 검증할 증거(Evidence)를 설계하고 실행하는 과정이다. 실제 프로젝트에서는 다음 일곱 개 영역을 최소한 구분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
1. 인간에서의 인과관계 (Human Causality): 사람 질환에서 타깃의 인과적 역할을 지지하는 근거가 있는가?
· 인간 유전학적 변이
· 환자 조직 및 체액에서의 확인
· 자연 발생 변이 확인
· 약물 또는 질환에 의한 인간에서의 증상 변동
· 질환 단계별 시간경과에 따른 종단적 데이터(longitudinal data)
2. 개입의 방향(Intervention Direction): 타깃을 억제해야 하는가, 활성화해야 하는가?
· 발현 변화가 원인인가, 보상 반응인가?
· 부분 조절과 완전 조절의 효과가 다른가?
· 급성 효과와 만성 효과가 다른가?
3. 질환의 맥락(Disease Context): 어떤 적응증과 환자군에서 가장 직접적인 역할을 하는가?
· 질환 아형
· 병기
· 바이오마커 양성 환자
· 치료 전력이 다른 환자
· 병용치료 환경
4. 약리학적 조절 가능성(Pharmacological Feasibility): 원하는 조직에서 필요한 수준과 시간만큼 타깃을 조절할 수 있는가?
· 약물화 가능성(Druggability)
· 조직 및 세포 접근성
· BBB 또는 기타 장벽
· 타깃 결합
· 지속 시간
· 선택성
5. 치료역(Therapeutic Window): 효능에 필요한 조절 수준과 독성이 나타나는 조절 수준 사이에 충분한 간격이 있는가?
· 표적 작용에 의한 독성 유발 가능성(On-target toxicity)
· 정상 생리 기능 저해 여부
· 조직별 기능 차이
· 장기 억제 또는 활성화의 결과
· 회복 가능성
6. 중개연구 평가지표(Translational Readout): 임상에 들어가기 전에 가설이 작동하는지를 무엇으로 확인할 것인가?
· 타깃 결합 바이오마커
· 약력학적 바이오마커
· 질환 기전 관련 바이오마커
· 조기 유효성 신호
· 환자 선별이 가능한 바이오마커
7. 가치와 차별화(Value and Differentiation): 타깃을 조절하는 것이 실제 환자와 시장에 의미 있는 차이를 만드는가?
· 기존 치료제 대비 차별성
· 미충족 의료 수요
· 치료 부담 감소
· 병용 가능성
· 경쟁 파이프라인
· 특허와 제품화 가능성
이 일곱 영역은 독립된 체크박스가 아니다. 하나의 근거(evidence)가 나오면 다른 평가도 바뀔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간 유전학 연구 결과 특정 환자 아형에서만 타깃의 중요성을 보여준다면 적응증과 바이오마커 전략이 함께 수정되어야 한다. 독성 연구에서 타깃의 정상 생리 기능이 확인되면 완전 억제 대신 부분 조절 전략으로 바뀔 수 있다. 초기 임상에서 예상하지 못한 효능 신호가 나오면 제품 목표와 개발 적응증이 다시 설계될 수 있다. 이것이 Discovery by Design을 고정된 타깃 평가표가 아니라 확보된 증거에 따라 최적의 전략을 재조정하는 ‘근거기반 반복 개선 체계(Evidence-based re-iteration system)’로 보아야 하는 이유다.
타깃 평가의 결과는 점수가 아니라 행동이어야 한다
타깃 평가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법은 여러 항목에 점수를 부여하고 합산하는 것이다. 그러나 높은 총점이 반드시 좋은 타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치명적인 하나의 결함이 여러 개의 장점을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간에서의 인과관계는 강하지만 치료역이 거의 없다면 약물 개발은 어렵다. 강한 동물 효능과 우수한 화합물이 있어도 환자 선별 방법이 없다면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 임상적 가능성이 높아도 이미 경쟁약이 시장을 지배하고 차별화가 어렵다면 사업적 가치는 제한적일 수 있다. 따라서 타깃 평가는 다음 중 하나의 행동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 진행(Go): 핵심 가설이 충분히 지지되며 다음 단계로 진행한다.
· 조건부 진행(Conditional Go): 특정 Evidence를 확보하는 조건으로 진행한다.
· 보류(Hold): 중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자원 투입을 제한한다.
· 방향전환(Redirect): 적응증, 환자군, 조절 방향 또는 modality를 변경한다.
· 중단(No-Go): 핵심 위험을 합리적인 비용과 기간 내에 줄일 수 없다.
· 탐색(Explore): 현재 제품 개발보다 기초과학적 탐색이 우선이다.
특히 마지막 구분은 중요하다. 과학적으로 흥미로운 타깃이 반드시 즉시 신약개발 프로젝트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인체 관련성이나 치료적 개입 방향이 불명확하다면, 무리하게 후보물질 발굴로 넘어가기보다 기초과학 연구를 더 진행하는 것이 올바른 결정일 수 있다. 이는 기초과학의 가치를 낮추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과학적 발견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은 채 개발 프로젝트로 소비하는 일을 막는 방법이다.
좋은 타깃은 더 많은 논문을 가진 타깃이 아니다.
· BACE는 강력한 병리학적 근거와 명확한 약력학적 효과를 가지고도 임상적 이익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 CETP는 매력적인 바이오마커를 변화시켰지만, 초기 개발 가설과 실제 심혈관 이익 사이에 간격이 있었다.
· NK1 수용체는 여러 적응증에서 실패했지만, 특정 구토 회로에서는 성공적인 치료 타깃이 되었다.
· GLP-1 수용체는 기초 생물학의 발견, 분자 설계, 약동학적 개선, 임상 Evidence의 축적을 통해 지속적으로 가치가 확장되었다.
이 사례들이 보여주는 결론은 단순하다. 좋은 타깃은 질환과 관련된 타깃이 아니라, 사람에서 치료 가능한 방식으로 검증된 타깃이다. 그리고 그 검증은 한 번의 실험이나 하나의 논문으로 끝나지 않는다. 새로운 근거나 증거가 나올 때마다 적응증, 환자군, 조절 방향, 후보물질, 바이오마커와 제품 목표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타깃 검증은 개발 이전에 끝나는 단계가 아니라 개발과 함께 계속 갱신되는 과정이다.
Discovery by Design에서 타깃 선정의 목적은 가장 매력적인 타깃을 고르는 것이 아니다. 성공에 필요한 가정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가장 위험한 가정을 먼저 검증하며, 그 결과에 따라 프로젝트의 방향과 자원 투입을 바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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