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로벤티, 자폐치료 '단일분자 다중표적' 접근... 게임체인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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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로벤티, 자폐치료 '단일분자 다중표적' 접근... 게임체인저 기대"
김선경 기자 2026.01.08
다중 타깃 전략 'NV01-A02' 임상 2상 진행 중, 신약 개발+CDRO 사업, 투 트랙 전략
대한민국 뇌과학 연구는 1998년 '뇌연구 촉진법' 제정 이후 27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그간 기초 과학 역량은 비약적으로 성장했으나 환자들이 실제 처방받을 수 있는 혁신 신약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를 비롯한 중추신경계(CNS) 분야는 막대한 투자 비용과 낮은 성공 확률로 인해 글로벌 제약사들조차 개발을 까다로워하는 영역으로 꼽힌다.
히트뉴스는 서울 강남 뉴로벤티 본사에서 신찬영·서동철 공동대표를 만나 자폐 치료제 개발의 현주소와 뉴로벤티가 지향하는 '사람과 사회의 연결'이라는 핵심 가치를 들었다. 이들은 다중 타깃 전략을 통한 자폐 치료의 기술적 자신감뿐만 아니라 환자 가족들을 향한 깊은 공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나아가고 있다.
자폐 환자, 적은 게 아니라 '사회적 고립' 속에 숨어 있는 것
가장 먼저 "왜 하필 가장 어렵다는 뇌질환 중에서도 자폐증인가?"를 물었다. 신찬영 대표는 한국과 미국의 '인식 차이'를 답으로 내놓았다.
"미국인들에게 뇌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질환 두 가지를 꼽으라면 단연 알츠하이머와 자폐증을 말한다. 알츠하이머가 노년의 삶을 위협하는 퇴행성 질환이라면, 자폐는 태어나자마자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 하는 발달 장애이기 때문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알츠하이머 연구 비용의 30~40%에 육박하는 막대한 자원을 자폐 연구에 투입한다. 하지만 신 대표가 마주한 한국의 현실은 사뭇 달랐다.
그는 "우리 문화권에서는 발달 장애나 정신 질환을 숨기려는 경향이 여전히 강하다. 환자가 적은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우리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며 "이 인식의 격차를 줄이고 이들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는 것은 연구만큼이나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20년 넘게 뇌과학을 연구해온 신 대표에게 창업은 환자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이었다. 그는 현재 처방되는 약물들이 공격성이나 ADHD 같은 '동반 증상'을 완화할 뿐 자폐의 핵심 증상인 '사회성 결여'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타인과 눈을 맞추고 소통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결핍을 해결하는 것이 자폐 치료의 본질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고립된 환자를 세상과 잇는 '치료제'라는 다리를 놓기로 한 것이다.
사회성 결여 극복할 '마스터키' 찾았다
자폐 치료제 개발이 유독 어려운 이유는 뇌의 작동 방식이 워낙 복합적이고 다층적이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치료제 개발이 실패했던 원인을 단일 타깃 중심의 접근 방법에서 찾았다.
신 대표는 "뇌가 심장이나 간처럼 단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며 "수많은 신경회로와 수용체가 얽혀 있는 복잡한 기관으로, 주요 타깃 하나만 조절해서는 전체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뉴로벤티의 핵심 파이프라인 'NV01-A02'는 바로 이 지점에서 '단일 분자 다중 표적(Single Molecule Multi-target)' 전략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하나의 화합물이 사회성 조절에 관여하는 도파민, 세로토닌 등 여러 주요 수용체를 동시에, 그러나 매우 정교하게 조절하는 방식이다.
서로 다른 여러 자물쇠를 하나의 '마스터키'로 여는 것과 같은 이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뉴로벤티는 6년간의 빅데이터 분석과 오믹스 분석했다. 동물 데이터와 인간 데이터를 결합한 분석 끝에 찾아낸 NV01-A02는 자폐증의 핵심 지표인 사회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면서도, 기존 중추신경계 약물들의 고질적 문제인 졸음, 체중 증가, 운동 저하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국내 8개 대학병원에서 진행 중인 임상 2상은 약 70%의 환자 투여가 완료된 상태다. 신 대표는 지금까지 임상 과정에서 약물 관련 메이저 부작용이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는 점이 해당 기전의 정교함을 입증하는 결과라고 밝혔다. 만약 사람에게서 사회성 개선 효과가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한다면 이는 전 세계 자폐 치료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까다로운 CNS 약물 검증은 뉴로벤티 'CDRO'가 맡는다
뉴로벤티의 또 다른 축은 'CDRO' 사업이다. 뉴로벤티는 신약 개발 초기 단계의 유효성 평가부터 기전 규명, 부작용 평가까지 아우르는 ‘전문 연구 역량’을 공유한다.
신 대표는 "CNS 신약 개발은 항암제보다 훨씬 방대하고 어렵다. 특히 뇌질환 약물은 불면, 경련은 물론 의존성 및 남용 가능성 등과 관련 까다로운 검증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별 스타트업이 고가의 장비와 전문 인력을 모두 갖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우리는 우리의 CNS 연구 인프라를 공유함으로써 신약 개발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급증하는 AI 신약 개발사들과 협업에서 AI가 수만 개의 후보물질을 예측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실제 뇌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증명하는 것은 결국 실험의 영역"이라며 "AI가 예측한 후보 물질을 뉴로벤티가 '검증'해 주는 협업 구조를 통해 전체 성공 확률을 높이고자 한다"고 전했다.
"환자를 세상과 잇는 다리를 놓고 싶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둘러본 뉴로벤티 사무실 입구에는 특별한 풍경이 있었다. '오티즘 엑스포'에서 환자와 가족들이 직접 쓴 응원 메시지들이 빼곡히 붙어 있었다. 두 대표와 임직원들은 매일 아침 이 문구들을 보며 출근한다.
두 대표는 "임직원들이 출근하며 가장 먼저 보는 것이 바로 가족들의 진심이 담긴 메시지다. 약 개발은 고립된 환자들을 사회로 끌어내는 다리를 놓는 일이라는 마음가짐을 매일 새긴다"고 전했다.
이어 "자폐아를 둔 부모님들의 가장 큰 소원은 아이가 자신과 눈을 맞추고 평범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며 "저희가 개발하는 약이 그 간절한 소망을 이루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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