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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찬영 교수·대표 시리즈 칼럼: 5편] 우리는 무엇을 미리 알 수 있는가? 신약개발의 위험을 구분하고 가장 비싼 실패를 앞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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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회 작성일 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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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찬영 교수·대표 시리즈 칼럼: 5편] 우리는 무엇을 미리 알 수 있는가? 신약개발의 위험을 구분하고 가장 비싼 실패를 앞당겨 발견하는 법


신약개발은 언제나 위험을 동반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실패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신약개발은 원래 성공 확률이 낮다"

"사람에게 투여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임상에 들어가 봐야 알 수 있다" 


이러한 말들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실패를 같은 종류의 불확실성으로 설명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이다.


실제로 신약개발에서 마주치는 위험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현재의 과학기술로 Discovery 단계에서 상당 부분 확인할 수 있는 위험(Knowable Risk)이다. 둘째는 일부는 확인할 수 있지만, 추가적인 연구와 단계적 검증을 통해서만 그 가능성을 줄여 나갈 수 있는 위험(Reducible Risk)이다. 셋째는 현재의 과학으로도 끝까지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Residual Risk)이다. 이 셋을 같은 위험으로 취급하면 프로젝트의 우선순위도, 실험의 순서도, 연구비의 사용도 모두 잘못될 수 있다. Discovery by Design은 모든 실패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대신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 위험은 언제부터 존재했는가? 그리고 이 위험은 더 앞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가?" 


신약개발의 목적은 위험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막을 수 있었고 줄일 수 있었던 가장 비싼 실패를 가장 이른 시점에 발견하는 것이다.


Torcetrapib는 Target이 실패한 것일까?

CETP (Cholesteryl Ester Transfer Protein) 억제제 개발은 오랫동안 신약개발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되어 왔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 다른 질문이 보인다. 


실패한 것은 CETP라는 타깃이었을까? 아니면 Torcetrapib라는 화합물이었을까? 


Torcetrapib는 오랫동안 “좋은 콜레스테롤”로 여겨진 HDL cholesterol을 크게 증가시켰지만, 혈압 상승과 aldosterone 증가라는 예상하지 못했던 부작용 때문에 임상 개발이 중단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후 개발된 다른 CETP 억제제들은 동일한 부작용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Torcetrapib의 off-target effect는 줄이면서 더욱 선택성이 높은 CETP 억제제인 Obicetrapib 등이 등장하면서 CETP라는 타깃 자체의 가능성은 다시 평가되고 있다.


이 사례는 중요한 교훈을 준다. 우리는 흔히 "프로젝트가 실패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Discovery 단계에서 먼저 구분해야 할 것은 타깃 자체의 위험(Target Risk)과 물질의 위험(Compound Risk)이다. 타깃의 생물학적 가설이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특정 화합물의 약리학적 특성이 문제였는지는 전혀 다른 질문이다.


Discovery by Design은 실패를 분석하기 전에 먼저, "무엇이 실패했는가?"를 구분한다.


TGN1412는 동물실험의 실패였을까?

2006년 영국에서 수행된 TGN1412의 최초 인체 임상시험은 신약개발 역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 가운데 하나였다. 건강한 지원자 여섯 명에게 투여한 직후 심각한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ytokine release syndrome, 사이토카인 폭풍)이 발생했고,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모두 중환자실 치료를 받아야 했다. 당시 이 사건은 언론에서도 크게 보도되었고, "동물실험은 사람을 예측하지 못한다."는 대표적인 사례처럼 인용되곤 했다. 그러나 이후의 분석은 조금 달랐다. TGN1412는 비인간 영장류에서는 심각한 독성을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사람과 원숭이의 면역계가 완전히 같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특히, CD28 수용체의 특정 부위에 결합하여 T세포를 독자적으로, 그리고 폭발적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는 CD28 superagonist에 대한 기억 T세포의 반응은 사람에서 훨씬 강했고, 당시 사용하던 비임상 평가체계는 이러한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이 사건 이후 ▸Human immune cell assay, ▸Cytokine release assay, ▸MABEL(Minimum Anticipated Biological Effect Level), ▸Sentinel dosing, ▸단계적 용량 증가, ▸사람 유래 면역모델 등이 초기 임상개발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게 되었다. 즉, TGN1412는 동물실험이 무의미하다는 사례가 아니라, 종간외삽위험(Species Translation Risk)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였다. 그리고 그 이후 신약개발은 이 위험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 왔다. "사람과 동물은 다르다." 그러나 그것이 동물실험을 부정하는 이유는 아니다. 신약개발에서는 종종 "동물은 사람과 다르다."는 말을 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다음 문장은 종종 잘못 이어진다. "그러므로 동물실험은 믿을 수 없다." 동물실험에서의 위험을 줄이자는 말과 동물실험을 없애자는 말은 근본부터 다른 질문이다. NAMs(New Approach Methodologies)의 중요성과 기법이 발전하고 있지만 현재의 기술로 동물실험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할지, 어느 쪽이 더 우월한지를 가리는 것이 아니다.


어떤 방식이 성공 확률을 높이고 인간에 미치는 해악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 적절한 선택과 조합을 고민하는 것이다.


BIA 10-2474는 무엇을 놓쳤는가?

2016년 프랑스에서 수행된 지방산 아미드 가수분해효소(Fatty Acid Amide Hydrolase, FAAH) 억제제(BIA 10-2474)의 임상시험은 또 다른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FAAH는 체내 내재성 엔도칸나비노이드 시스템으로 여겨지는 anandamide 등을 분해하는 효소로 이의 억제를 통해 통증, 불안, 염증 등을 치료할 수 있다고 여겨져 왔다. BIA 10-2474를 이용해 건강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수행한 임상시험에서 심각한 신경독성이 발생했고, 한 명이 사망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FAAH를 표적으로 하는 다른 후보물질들은 비교적 안전하게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즉, 문제는 FAAH라는 타깃 자체라기보다 BIA 10-2474라는 물질의 특성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후 여러 분석에서는 ▸예상보다 넓은 off-target interaction, ▸충분하지 않았던 2차 약리학(secondary pharmacology) 검증, ▸높은 용량에서의 비선형 노출, ▸공격적인 용량증량(dose escalation)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이 사례는 Discovery by Design에 중요한 교훈을 준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사건을 "예측할 수 없는 사고"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충분한 2차 약리학적 타깃의 확인과 기능 연구, 더 보수적인 용량 증가, 추가적인 기전적 고찰을 통해 위험을 더 일찍 인식할 가능성도 존재했다. 즉, BIA 10-2474는 완전히 알 수 없는 위험(Unknown Risk)이라기보다 충분히 탐색되지 않은 확인할 수 있는 위험(Knowable Risk)에 가까웠다.


Discovery by Design은 위험을 발견하는 순서를 설계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세 사례는 서로 다른 위험을 보여준다.  


Torcetrapib는 타깃에 대한 위험과 물질에 대한 위험을 구분해야 함을 보여주었다. TGN1412는 종간외삽의 위험을 보여주었다. BIA 10-2474는 2차 약리의 중요성과 용량 설정의 중요성을 보여주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 "임상 실패"이다. 


그러나 Discovery by Design의 관점에서는 전혀 다른 종류의 위험이다. 따라서 필요한 근거 및 증거(Evidence), 필요한 전문가도, 필요한 시험도, 전부 달라져야 한다. Discovery by Design은 위험을 단순한 목록으로 관리하지 않는다. 먼저 프로젝트의 위험 구조(Risk Landscape)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필요한 Evidence와 최적의 개발 전략을 설계하는 접근법이다. 모든 위험을 예측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살펴본 사례들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모두 위험을 더 일찍 발견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모든 실패가 여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FIAU(Fialuridine)이다. 

FIAU는 B형 간염 치료제로 개발되던 핵산 유도체(nucleoside analogue)였다. 

초기 비임상시험에서는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임상시험에서 치명적인 간독성과 젖산산증이 발생하였고 여러 명의 환자가 사망하였다. 

이후 연구를 통해 사람의 미토콘드리아 내 축적과 핵산 수송체(nucleoside transporter)의 종간 차이가 중요한 원인으로 밝혀졌지만,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 당시의 실험기술과 이해 수준에서는 이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이 사례는 Discovery by Design에도 중요한 교훈을 준다. Discovery by Design은 모든 위험을 Discovery 단계에서 제거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것은 과학이 아니라 낙관론이다. 현재의 과학으로도 끝까지 남을 수밖에 없는 위험은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위험은 임상개발 과정에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단계적인 검증을 통해 관리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여전히 남아 있는 불확실성의 위험(Residual Risk)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불확실성으로 인한 잔존 위험은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예측 가능한 위험까지 방치해서는 안 된다.


가장 위험한 프로젝트는 위험이 많은 프로젝트가 아니다.

흥미롭게도 가장 위험한 프로젝트는 위험이 많은 프로젝트가 아니라, 오히려 위험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프로젝트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일단 시작해 보고 나중에 생각하자."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러나 후기 개발에서 발견되는 대부분의 문제는 새로운 위험이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던 위험을 너무 늦게 확인한 경우가 많다. Discovery by Design은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먼저 던진다. 


▸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큰 위험은 무엇인가? 

▸ 그 위험은 현재 확인 가능한가? 

▸ 확인할 수 있다면 어떤 근거나 증거가 필요한가? 

▸ 확인할 수 없다면 언제 다시 평가할 것인가? 


즉, Discovery by Design은 실험을 설계하기 전에 프로젝트의 위험 구조(Risk Landscape)를 먼저 이해하고, 그에 맞는 근거를 설계한다. 위험구분매트릭스(Risk Classification Matrix) 관점에서 보면 신약개발의 위험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Risk 유형]-[대표 사례]-[Discovery 단계에서의 접근] 구조로 알아보자. 

[타깃 위험]-[BACE, CETP]-[사람 유전학, 환자 조직, 질환 생물학 검증]

[물질 위험]-[Torcetrapib, BIA 10-2474]-[2차 약리, PK/PD, 선택성 최적화]

[중개 및 종간외삽 위험]-[TGN1412]-[사람 유래 세포, NAMS, 바이오마커, 초기 임상 설계]

[개발과정 위험]-[CMC, 용량 전략, 환자 선정]-[개발 전략과 TPP를 연계한 설계]

[예측이 어려운 잔존 위험]-[FIAU 등 예측 어려운 독성]-[단계적 임상 검증과 지속적 모니터링] 


이 자료의 목적은 위험의 크기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위험의 종류에 따라 어떤 Evidence를 먼저 확보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위험의 성격이 다르면 필요한 질문도, 필요한 실험도, 필요한 전문가도 달라진다. Discovery by Design은 바로 이러한 연결 관계를 설계하는 과정이다.


실패는 임상에서 나타나지만, 위험은 Discovery에서 만들어진다.

신약개발 실패는 흔히 임상시험의 결과로 기억된다. 그러나 위험은 대부분 임상에서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환자 선정 전략이 부족했다면 그 위험은 Discovery 단계에서 이미 존재했다. 사람에서의 번역 가능성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았다면 그 위험 역시 Discovery 단계에서 존재했다. 화합물의 off-target 활성을 충분히 평가하지 않았다면 그 위험도 처음부터 프로젝트 안에 포함되어 있었다. 임상은 그 위험을 드러내는 장소일 뿐, 위험이 만들어지는 장소는 아니다. Discovery by Design은 바로 이 지점을 바꾸려는 접근이다. 실패를 줄이기 위해 임상을 더 잘 수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Discovery by Design의 목적은 위험을 줄이는 데만 있지 않다. 프로젝트의 위험 구조를 먼저 이해하고, 가장 중요한 위험을 조기에 확인하는 동시에, 더 나은 적응증과 개발 전략, 그리고 더 높은 과학적 타당성(Scientific Value), 임상적 가치(Clinical Value), 사업적 가치(Commercial Value)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방향을 지속적으로 탐색하는 데 있다. 다시 말해 


Discovery by Design은 위험관리 시스템이라기보다 신약개발을 위한 내비게이션 시스템에 가깝다. 


신약개발에서 불확실성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모든 불확실성이 같은 것은 아니다. 어떤 위험은 현재의 과학으로도 예측하기 어렵다. 반면 어떤 위험은 적절한 질문과 적절한 근거가 있었다면 훨씬 앞에서 확인할 수 있다. Discovery by Design은 이 둘을 구분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가장 성공적인 프로젝트는 위험이 적은 프로젝트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위험을 가장 먼저 이해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더 나은 개발 방향을 가장 먼저 찾아낸 프로젝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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